날씨가 따뜻해지면 겨울내내 고맙게 입었던 두꺼운 오리털이나 거위털 패딩 점퍼를 정리해야 하는 시기가 옵니다. 이때 많은 분이 당연하다는 듯이 세탁소에 '드라이클리닝'을 맡기곤 합니다. 저도 예전에는 패딩은 무조건 드라이클리닝을 해야 오래 입는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큰돈을 들여 드라이클리닝을 다녀온 패딩이 어딘지 모르게 얇아지고 예전만큼 따뜻하지 않다는 느낌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알고 보니 패딩 점퍼는 드라이클리닝을 하면 수명이 깎이는 대표적인 의류였습니다. 오늘 하루생활백서에서는 왜 패딩을 집에서 물세탁 해야 하는지 그 과학적 이유와 함께, 죽은 볼륨감을 빵빵하게 살려내는 프로의 건조 노하우를 공유합니다.
패딩을 드라이클리닝 하면 안 되는 이유: '유분'의 비밀
오리털(덕다운)이나 거위털(구스다운) 같은 천연 충전재는 자체적으로 '유분(기름기)'을 머금고 있습니다. 이 유분은 깃털이 서로 엉키지 않게 밀어내어 풍성한 공기층을 형성하도록 돕고, 외부의 습기로부터 깃털을 보호하는 역할을 합니다. 패딩의 보온성은 바로 이 깃털 사이사이에 갇힌 공기층에서 나옵니다.
그런데 세탁소의 드라이클리닝은 물 대신 '유기용제(기름 성분)'를 사용하여 세탁하는 방식입니다. 기름은 기름을 녹이는 성질이 있기 때문에, 드라이클리닝을 반복하면 깃털이 본래 가지고 있어야 할 천연 유분까지 완전히 씻겨 나가게 됩니다. 유분을 잃은 깃털은 푸석푸석해지고 뚝뚝 부러지며, 서로 뭉쳐서 바닥으로 가라앉습니다. 결과적으로 패딩의 볼륨감(필파워)이 급격히 떨어지고 보온성이 상실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패딩 충전재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중성세제를 이용한 '물세탁'이 정답입니다.
실전! 패딩 점퍼 안전한 홈 세탁 4단계
패딩을 세탁기에 그냥 넣고 돌리면 겉감의 방수 코팅 때문에 물이 잘 빠지지 않거나 옷감이 상할 수 있습니다. 아래의 안전한 단계를 따라 해보세요.
지퍼와 단추 모두 잠그기 및 뒤집기 세탁 중 지퍼나 금속 단추가 돌아다니며 패딩의 기능성 겉감을 긁어 훼손하는 것을 막아야 합니다. 모든 지퍼와 벨크로(찍찍이)를 단단히 채운 뒤, 옷을 뒤집어서 세탁망에 넣어줍니다. 모자에 달린 천연 모피(퍼)는 물에 닿으면 망가지므로 반드시 분리하여 따로 보관합니다.
미온수와 아웃도어 전용 중성세제 사용 세탁기 온도는 30도 미온수로 설정하고 코스는 '울코스'나 '기능성 의류 코스'를 선택합니다. 세제는 반드시 다운 전용 중성세제나 일반 울샴푸를 사용해야 합니다. 알칼리성 일반 세제나 섬유유연제, 표백제는 깃털을 손상시키므로 절대 사용 금지입니다.
찌든 때는 애벌빨래로 해결 목이나 소매 끝에 묻은 화장품이나 때가 걱정된다면, 세탁기에 넣기 전 해당 부위에만 중성세제를 살짝 묻혀 부드러운 스펀지로 톡톡 두드려 닦아내는 전처리를 먼저 해줍니다.
강한 탈수로 수분 빠르게 제거하기 패딩 세탁에서 아주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울코스는 보통 탈수가 약하게 설정되어 있어서 패딩 내부의 물기가 그대로 남기 쉽습니다. 물기가 오래 남아있으면 깃털에서 퀴퀴한 냄새가 나고 곰팡이가 생길 수 있으므로, 세탁 코스가 끝난 뒤 탈수만 따로 '강' 또는 '탈수 추가'를 선택하여 물기를 최대한 바짝 짜내야 합니다.
패딩의 생명은 건조와 털기: 볼륨감 심폐소생술
세탁을 마친 패딩을 건조대에 널어두면 깃털이 아래로 무겁게 뭉쳐서 얇은 바람막이처럼 변합니다. 이때 당황하지 말고 아래의 방법으로 볼륨을 살려야 합니다.
눕혀서 그늘에 건조하기: 패딩을 옷걸이에 걸어서 말리면 충전재가 아래로 다 쏠려버립니다. 반드시 건조대 위에 평평하게 눕혀서 통풍이 잘되는 그늘에서 말려주세요. 하루에 한두 번씩 뒤집어주며 속까지 완전히 말려야 합니다.
빈 페트병이나 세탁소 옷걸이 활용하기: 패딩이 약 80% 이상 마른 시점부터가 핵심입니다. 손바닥이나 빈 페트병, 혹은 세탁소 옷걸이를 가로로 잡고 패딩 전체를 팡팡팡 세게 두드려줍니다.
털어주기의 과학적 원리: 물리적인 충격을 주면 섬유 사이에 갇혀 있던 공기가 유입되면서 뭉쳐 있던 깃털들이 서로 분리되고 사방으로 펼쳐지기 시작합니다. 신기할 정도로 가라앉았던 부피가 원래대로 통통하게 차오르는 것을 목격할 수 있습니다.
만약 집에 의류 건조기가 있다면 훨씬 수월합니다. 자연 건조로 어느 정도 말린 패딩을 건조기에 넣고 '패딩 케어' 코스나 온도가 낮거나 송풍 모드로 돌려주면, 건조기 내부의 회전 낙차와 바람 덕분에 손으로 두드리지 않아도 새 옷처럼 빵빵하게 부풀어 오릅니다.
핵심 요약
패딩 점퍼를 드라이클리닝 하면 깃털 고유의 천연 유분이 녹아 보온성과 볼륨감이 영구적으로 떨어집니다.
패딩은 지퍼를 모두 잠그고 뒤집은 뒤, 30도 미온수에 아웃도어 전용 중성세제(울샴푸)를 사용해 물세탁 해야 합니다.
건조 시에는 반드시 평평하게 눕혀서 말리고, 건조 과정 중에 페트병이나 옷걸이로 패딩을 팡팡 두드려주어야 내부 공기층이 살아나 볼륨감이 회복됩니다.
다음 편 예고
겨울철 패딩 못지않게 자주 입는 니트 의류, 세탁 한 번 잘못했다가 아기 옷처럼 줄어들어 속상했던 적 있으신가요? 다음 편에서는 줄어든 울 소재 니트를 집에서 흔히 쓰는 '린스'를 활용해 마법처럼 원래 크기로 되돌리는 과학적 복원 노하우를 알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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